익명성 뒤에 숨은 무서운 현실, 백선경 장편소설 공동구매
- 생활 노트/서평 노트
- 2019. 10. 31. 20:40
오랜만에 장편소설 한권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백선경 작가의 12년만의 신작이라고 하네요.
표지부터 여러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공동구매라는 타이틀은 과연 어떤 내용이길레라는 궁금증을 자아냈고,
책표지에 있는 전표같은 종이로 덮인 여성의 얼굴도 평범해보이진 않았죠.
게다가 스릴러 장편소설이라니..
3박자가 잘 짜맞추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을 한 것 같습니다.
소설은 총 20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야기 전개되는 방식이 꽤 흥미롭더라고요.
소설 공동구매는 읽기에 마음이 편한 시작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 화영이의 외출과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아픔과 현실적인 표현 탓에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영의 이상한 행동과 겉잡을 수 없는 듯한 성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은
화영을 알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공동구매의 결말을 다루진 않을 거지만, 공동구매는 상당한 반전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읽어가며, 화영의 이야기에 어떤 반전이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도 좋습니다.
초반 화영의 아픔과 행동을 보면서 복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복수또한 평범하진 않고, 그 원인에 대한 진실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전개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는 그런 독자의 마음을 놓을 듯 말 듯 이끌어가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적어가죠.
1장이 끝나고 나면 또다른 등장인물이 콜린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름없이 그녀로 지칭되는 콜린은 봉제공장에서 인정받는 직원이었지만,
억울한 상황에 몰리며 회사를 나오게 되고,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온라인 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하게 됩니다.
다른 주인공 화영이 강렬한 느낌으로 등장했다면, 콜린은 상황은 억울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주부세상만세라는 공동구매의 매니저가 되면서 그녀의 인생도 달라지게 되죠.
화영과 콜린의 이야기를 평행선을 달리며 연관없이 따로 전개됩니다.
언젠간 귀결될 이야기이지만, 작가는 시종일관 별개의 이야기 다루듯 써내려가고 있어
독자는 2권의 책으로 2개의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화영의 과거 속 아픔이 표현되면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요,
화영을 범했던 새아버지와 새오빠인 기정의 관계도 평범하진 않았습니다.
화영을 성폭행한 새아버지, 그런 화영을 챙기고 아끼는 새오빠,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해 새오빠의 존재와 행동이 초반에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나서는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콜린에서의 이야기속에서는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익명성의 폐해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카페를 통한 공동구매부터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등을 다루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이중성과 인격적인 모순을
공동구매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제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콜린 쪽 이야기를 읽을 대 좀 더 재미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되어 결혼한 화영, 하지만 그 역시 오래가진 못하고 오빠인 기정이 나타나며
인색의 또다른 변곡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옛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최선을 다하려는 기정 곁에 있지 않고
혹독한 마음가짐으로 외모부터 변화시켜 나타난 화영은 본격적인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과연 콜린과 화영의 이야기는 어떻게 맞춰지며 결론이 나게 될까요?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살짝 놀라긴 했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작가가 제대로 예상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 역시 카페 부매니저를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공동구매 등장부분에서
좀 더 몰입하며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의 이야기로서가 아닌 현실적인 부분을 통해
온라인 익명성의 폐해를 꼬집고 있는 '공동구매'는 충분히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해보입니다.
그리고 스텝과 카페 회원간의 암투(?)가 그려지는데 사실 이부분이 재미는 있거든요 ㅎ
현실을 벗어난 듯한 공동구매 설정을 마지막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긴합니다.
그리고 화영의 복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공동구매라는 키워드를 통해 풀어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는 뭐였을까요?
장편소설로서 확실하 결말보다는 다소 고민해볼만한 상태로 마무리가 되긴 하는데요,
그래도 충분히 반전을 느껴볼 수 있는 장편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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